조금 늦은 2022년 회고

@Hyeonic · January 12, 2023 · 20 min read

2022년은 내게 조금은 특별한 해이다. 단순히 기술적인 성장을 넘어 한 사람으로서의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회고를 통해 지난 1년을 뒤돌아보며 점검할 수 있는 회고를 적어보려 한다.

우아한테크코스

2022년의 시작은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 우테코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다. 정말 하고 싶었던 교육이었기 때문에 2021년은 대부분의 시간을 개발자로의 성장보다 우테코에 지원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당장 내가 몰입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기 때문에 깃허브와 블로그 관리에 큰 노력을 쏟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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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운이 좋게 내가 했던 노력과 방향성이 우테코와 잘 맞아떨어져서 합격하게 되었다. 2022년은 시작이 좋다고 생각했다. 시작하는 2월까지는 정말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놀았다. 10개월을 지속해서 몰입해야 했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놀 수 있는 순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부끄럽게도 합격 이후부터 시작하기 전까지 내 커밋 그래프는 텅 비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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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을 재정립하는 시간들

나는 전역 이후 비교적 이른 시기에 웹 백엔드 개발자의 진로를 결정했다. 정말 우연히 많고 많은 언어와 프레임워크 중에 java와 spring을 선택했다. 이러한 선택들로 우아한테크코스 시작 이전 부터 java와 spring에 대한 지식들을 꾸준히 쌓고 있었다. 물론 강의를 따라 했던 수준이지만 언어에 대한 사용법 정도는 알고 있었다.

우테코 기간은 대부분의 시간을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을 다시 재정립하는 시간이었다. 단순히 알고 사용하는 것을 넘어 왜 등장했고, 어떠한 원리로 동작하는 지 등 원론적인 고민을 주로 했던 것 같다. 단순히 이야기하면 내가 작성한 코드에 근거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가장 좋았던 것은 미션 위주의 코드 리뷰를 통한 방식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에게 내 코드를 리뷰 받는 다는 것은 굉장히 부끄러웠다. 하지만 실제 현업에 계신 분들이 직접 해주신다는 것을 듣고 굉장히 기대가 되었다. 더 좋았던 것은 단순히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나의 의견을 먼저 물어 자연스럽게 내가 작성한 코드의 근거를 이끌어주셨다.

우테코는 가고자 하는 길을 잃어 방황하던 시절 적절한 타이밍에 길을 안내 해줄 나침반 같았다. 근거 없이 닥치는 대로 공부하던 과거와는 달리 항상 배움에는 근거가 있었고, 그 근거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을 만난 것이다. 그렇기에 2022년은 더욱 특별하게 기억되고 있다.

몰아치는 새로운 인연들

코로나 이후 대학도 대부분 비대면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사람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특히 전역 이후 대부분의 아는 사람들과 지냈기 때문에 새로운 인연을 만들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 초반 레벨 1 브리조, 연극, 페어 등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들과 대화하는 자리가 끊임없이 이어져서 조금은 힘들었다. 아마 이때가 우테코 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물론 사람 때문에 힘든 것이 아니라 그냥 오랜만에 이런 환경에 던져진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나는 이것을 극복하는 것이 올해의 가장 큰 목표로 자리 잡게 되었다.

특히 불특정 다수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굉장히 두려웠기 때문에 이것을 가장 먼저 극복하고 싶었다. 우테코를 수료하기 위해서는 교육 기간 중 무조건 테코톡을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나에겐 많은 연습이 필요했다.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토론회를 주최한 것이다. 또 누군가에게 찰떡같은 이름 까지 추천 받아 약 두 달간 아고라를 진행할 수 있었다. 다양한 주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내가 가진 지식이 결코 정답이 아님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크게 도움 된 것은 내가 가진 생각을 잘 정돈해서 전달할 수 있는 역량이다. 지금도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두려움을 극복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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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찾아와서 함께 의견을 나눠준 크루들에게 고마웠다. 사실 남에게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여 의견을 나누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된다. 그런데도 항상 찾아와 참여한 크루들과 먼저 나서서 발표를 준비해준 많은 크루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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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테코가 끝날쯤에는 한 크루가 토론 형식에서 세미나 형식으로 변경하여 운영해보는 것은 어떤지 제안했다. 급하게 진행되었지만 많은 크루들의 도움으로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매주 진행할 때마다 생각보다 많은 크루들이 참여해줘서 굉장히 기쁘고 고마웠던 기억이 남는다. 어쩌면 쉽게 하지 못할 경험을 정말 많이 하고 떠난 것 같아서 굉장히 뿌듯한 시간이었다. 이번 회고를 통해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

협업에 임하는 자세

2021년, 처음 진행했던 팀 프로젝트와 협업은 정말 미숙했다. 누군가와 의견을 나누며 함께 코드를 작성하는 것도 어려웠고, 별다른 근거도 없지만 그냥 내 의견을 강하게 주입하기도 했다. 또한 높은 목표 때문에 팀원들을 강하게 몰아치기도 했다. 물론 팀원과의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지금도 가끔 연락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썩 좋은 팀원은 아닌 것 같아 미안한 감정이 크게 다가온다. 그렇기 때문에 2022년에 내가 만나는 페어와 팀원들을 위해 협업에 임하는 자세를 개선하고 싶었다.

최대한 상대방의 의견을 잘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페어 혹은 팀원과 함께 액션 플랜을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혹여나 이전처럼 행동하지 않을지 우려되어 매일 회고도 진행했다. 형식적인 회고도 의식적으로 연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솔직함을 표현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1년 전의 나를 생각하면 항상 포장하기 급급했는데, 정말 많은 부분이 바뀐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페어로 매칭된 크루들과 달록 팀원들은 내가 하고자 한 것들을 대부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기술적으로는 특정 문제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가진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근거를 고민하는 시간도 좋았다. 특히 협업에 대한 가치관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 형식적인 대화를 나누며 코드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사람과 지식을 치열하게 나누며 적절한 조화를 이룰 방법을 고민했다. 또한 내가 가진 지식이 잘못된 것일까 두려워 질문을 꺼리던 행동들과 대충 알고 있지만 어물쩍 넘어가는 등 안 좋던 습관들을 마주할 수 있었고, 의식적으로 고치기 위해 노력했다. 내게 페어와 팀 프로젝트는 단순히 무언가를 함께 하는 것을 넘어 내가 가진 단점들을 마주하고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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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달록 팀원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이 크다. 서로에 대한 장점과 개선점을 편하게 나눌 수 있는 환경도 좋았고, 그것을 빠르게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들도 느껴졌기 때문에 프로젝트 기간 개발자로서의 성장과 나에 대한 성장을 함께 이룰 수 있었다. 당연히 안 맞는 부분도 있었다. 우연한 기회로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6명의 사람이 만났는데, 성향이 맞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서로가 안 맞는 부분은 우리가 함께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지금까지 항상 타인에게 비춰진 나를 고민하며 살아왔다. 특정 행동을 했을 때 나의 기분보다 타인의 기분을 먼저 신경 쓰곤 했다. 이런 성격 때문에 정작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하고, 무엇을 할 때 몰입하는지 알지 못했다. 정확히는 내 감정을 숨긴 채 외면하곤 했다.

취업을 위해 인성 면접을 준비하는데 질문에 대한 답변을 포장하기 급급했다. 당연히 내가 가진 약점을 숨기는 것은 중요하지만 나라는 사람의 본질마저 숨긴 채 그저 그런 특색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몰입하는지, 어떤 성향인 사람과 일을 할 때 더욱 좋은 시너지가 나오는 지 등은 중요하지 않고 그냥 좋은 사람처럼 비춰지도록 나를 설명했다. 결국 나는 어디에나 한 명쯤 존재하는 무색무취의 사람처럼 느껴졌다.

한 크루의 조언으로 단순히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작성하기보다 진짜 했던 경험과 느꼈던 감정들을 잘 나열해보라는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적다 보니 생각 보다 많은 경험을 했던 것을 그제야 알 수 있었고,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고민해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나름 개성도 가지고 있더라. 내가 가진 지식을 공유할 때 행복한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단순히 공유를 넘어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내가 가진 근거를 구체화하는 과정이 너무 재밌게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무언가를 나누며 함께 자라는 것을 좋아하는, 항상 배움에 목말라 있는 개발자가 되었다.

아쉬운 점

가장 아쉬운 점은 우테코 후반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면접 일정으로 깊이 있는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 단순히 문제와 정답을 외우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금방 휘발되는 지식으로 남았다. 매주 꾸준하게 작성하던 블로그 글도 점차 주기가 길어졌다. 주기만 길어지면 다행이지, 퀄리티까지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올해에는 좀 더 진득하게 잘 정돈된 글을 작성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은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것이다. 오랜만에 오프라인 환경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니 자연스럽게 술자리가 늘었다. 워낙에 술을 좋아하기도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 탓에 정말 많은 술을 마셨다. 때문에 건강과 돈을 잃었지만 좋은 인연들을 만들어서 큰 후회는 없다. 다만 올 한해는 술을 취하려고 먹기보다 즐기면서 먹는 방법을 찾아보고 싶다.

마지막은 운동이다. 원래도 운동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전역 이후 꾸준히 즐겨왔다. 취준을 시작한 이후로 바쁘다는, 관리 포인트를 줄인다는 이유로 운동을 등한시했다. 결국 늘어가는 건 내 뱃살뿐이었다. 올해에는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찾고 꾸준히 지속해보고 싶다. 미뤄둔 다이어트도 다시 시작해봐야겠다.

올해의 계획

2022년은 기술적인 성장과 함께 앞으로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 많이 고민할 수 있는 한해였다. 올해부터는 이제 내가 세운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 시작하는 첫걸음과 같다.

회사에 잘 적응하고 기여하기

먼저 올해부터 몸담게 되는 회사에서 여러가지 기여를 하고 싶다. 10개월간 배웠던 다양한 지식과 소통 능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적응하여 기여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다.

2022년 동안 했던 우테코 활동 리마인드

지난 10개월 동안 너무나 다양한 지식을 빠르게 훓고 지나갔다. 놓친 것은 없는지 차근차근 정리하며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이 필요하다.

매달 회고 적기

솔직함을 잘 나타내자. 꾸미지 않고 한 달간 느꼈던 감정을 잘 털어놓는 습관을 만들자.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습관을 들여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잘 정리하고 구체화 시켜 나만의 색깔을 꾸준히 만들어가자.

자체 블로그 만들기

어딘가 종속된 것이 아닌 내가 직접 만들고 꾸밀 수 있는 블로그를 만들고 싶다. 다만 프론트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도 하고, 디자인적 감각이 떨어져 쉽지 않을 것 같긴 하다. 그럼에도 꼭 상반기 안에는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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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다양한 목표가 있지만 전부 달성하는 것은 힘들 것 같다. 최대한 우선순위를 잘 정돈해서 1년 뒤에 부끄럽지 않은 계획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무리

정말 오랜만에 회고다운 회고를 작성했다. 항상 바쁘다는 핑계로 나를 돌아볼 시간을 미뤄왔다. 이 회고 또한 써야지 써야지 하며 결국 1월 중순이 되어서야 마무리되었다.

2022년은 개발자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2023년은 이제 진짜 개발자가 되어 치열하게 생존해야 한다. 무엇보다 나를 가장 잘 아는 내가 되어 긍정적인 영향력을 펼치며 함께 일하고픈 개발자가 되는 것이 올해의 가장 큰 목표이다.

@Hyeonic
나누면 배가 되고